[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보통이 아닌 ’보통의 가족‘ 이야기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보통의 가족이 16일 전국 극장가에 걸려서다.
24일 영화계에 따르면 시나리오가 단순하다.
극이 양재완(설경구 분)과 그의 두번째 부인인 지수(수현), 양재규(장동건)와 그의 부인 이연경(김희애) 등 두 가족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제목이 보통의 가족이지만, 이들 가정의 가장의 직업부터가 보통이 아니다. 재완이 유명하고 인기 있는 변호사이고, 재규가 종합병원 외과 과장이다.
아울러 이들 부부의 나이 차도 범상치 않다. 재완이 고3 딸 혜윤을 두고, 지수와 사이에서 태어난 젖먹이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띠동갑 수준 이상이다. 반면, 재규의 경우 연경이 연상이다. 보통의 가족이 아닌 셈인데, 두 사람이 형제다.
형 재완은 온갖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바른 생활 사나이 동생 재규는 치매 모노를 보살피며 좁은 아파트에서 고1 아들 시호(김정철)와 어렵게 산다.
우선 극 시작부터 보통이 아니다.
숲에서 사냥개 대여섯 마리가 멧돼지를 몰고,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멧돼지가 쓰러진다. 카메라가 엽총을 든, 안경 쓴 재완의 얼굴을 크게 잡는다. 재완의 취미가 사냥이다.
이후 대여섯 마리의 사냥개가 쓰러진 멧돼지를 둘러싼다. 복선이다. 극 중 죽음이 있고, 죽음에 엮인 사람이 대여섯이라는.
이어 간선 도로의 건널목 정지선이다.
8살 딸 나래를 동승석에 태운 나래 아빠(유인선)가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형철(유수빈)의 마세라티 세단을 막는다. 앞서 두 사람이 운전으로 시비가 붙었고, 나래 아빠가 트렁크에서 야구 방망이를 꺼내 마세라티 엔진룸을 가격한다. 형철이 후진 후 가속으로 나래 아빠를 치고, 나래가 탄 동승석을 들이 받는다.
나래 아빠가 즉사하고, 나래도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역시 보통이 아니다.
재완이 형철의 변호를, 재규가 나래의 수술을 각각 맡는다.
극 초중반은 재완의 형철 무죄 입증 노력이 부각한다. 아울러 재완이 재규에게 나래 엄마를 설득하라고 한다. 형철과 합의를 보라고.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5년이다.
다만, 이들 장치가 극에 집중하라는 허진호 감독의 전략이다.
극 중반부터가 영화의 주제다.
혜윤이 매 주말 시호의 공부를 봐준다. 그러다 시호가 혜윤의 친구들이 주최한 모임에 함께 참석한다. 대부분 비행 청소년으로 술과 담배, 연예질을 한다.
혜윤과 시호가 귀가하면서 굴다리에 놓인 쓰레기봉투를 걷어찬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인데, 이 역시 복선이다. 시호가 학교 폭력 피해자다.
그 중후반. 시호 엄마 연경이 스마트 전화로 동영상을 우연히 본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노숙인을 발로 수차례 난타하는. 동영상 속 남자가 시호, 여자가 혜윤이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재규가 시호를 데리고 경찰서로 간다. 자수하기 위해.. 연경이 이를 막기 위해 경찰서 앞까지 따라온다. 재완은 처음부터 자수에 반대한다.
극 중 부를 축적한 재완은 벤틀리 세단을 탄다. 극중 카메라가 벤틀리 엠블럼을 자주 스크린에 띄운다. 동생 재규는 성공한 남자가 타는 현대차 인기 대형 세단 구형 그랜저를 탄다. 관람객이 현대차 엠블럼과 그랜저 차명을 극 중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다.
두 사람이 극 중 이들 차량을 애마로 활용하면서, 벤틀리와 현대차가 톡톡히 홍보 효과를 누린다.
극 종반, 극 중후반과 마찬가지로 재완 부부와 재규 부부가 고급 식당에서 회동한다. 혜윤과 시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기서 처지가 바뀐다. 재규는 노숙인이 결국 숨졌으니, 추이를 보면서 대처하자고 하고, 재완은 아이들을 자수하게 하자고 한다.
왜?
식당으로 출발하기 전 휴대전화로 본 동영상 때문이다. 혜윤과 시호가 갓난아이 동생을 보면서 대화한다.
혜윤; 야, 너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몇 살인지 알아? 84세래. 시호: 그래. 혜윤: 노숙인은 그 절반이나 될까? 우리가 아니어도 마땅히 죽을 사람이었어. 하! 하! 하! 라는.
재완이 이를 보고 두 사람이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 혜원이 재완에게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자신이 합격했다고 전해도 무덤덤하면서, 이를 암시한다.
앞서 시호도 재규와 대화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후 시호 역시 혜윤과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리니, 아빠가 모든 게 잘 될 거야”라고 했다고 비웃는다.
다시 고급 식당 앞.
재규 내외가 먼저 나오고, 재완 부부가 한참 후에 나온다. 지수가 휴대전화를 놓고 왔다고 하자, 재완이 가지러 가려고 한다. 지수가 됐다며 식당으로 자신이 들어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식당 앞을 굉음을 내며 차량 한 대가 돌진한다. 재규의 그랜저다.
그랜저가 재완을 치고, 카메라가 그랜저 후면의 ‘GRANDEUR’를 잡는다. 그사이 식당에서 나온 지수가 쓰러진 재완을 부여잡고 통곡한다. 지수의 날카로운 시선이 재규 내외를 보면서, 엔딩트레딩딧이 오른다.
영화 평론가 이승민 씨는 “씁쓸하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헤집고 있다. 극이 마치 이순원 작가의 소설 ‘압구정엔 비상구가 없다’를 보는 것 같다.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한편, 보통의 가족이 22일 현재 누적 관람객 34만4000명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박스오피스도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