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KT가 네트워크 관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분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관리 인력 부족으로 과거 아현화재 사고와 같은 통신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기간통신망을 관리하는 KT가 통신 공공성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날 펼쳐진 통신공공성 관점에서 본 KT 통신인력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가 KT의 이번 구조조정이 통신 공공성보다는 단기적인 실적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앞서 KT는 KT넷코어, KT P&M 등 두 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겠다고 결정했다.
통신 네트워크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 업무(KT넷코어)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 업무(KT P&M)를 자회사로 이관하고, 해당 업무를 하던 4800명 직원 상당수를 자회사로 옮기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700명이 자회사행을, 2800명이 희망퇴직을 각각 신청했다. 애초 KT의 자회사 재배치 목표는 3700명이다. 이로 인해 종전 4000명이 넘는 인력이 하던 일을 1700명이 맡아야 한다. 게다가 자회사 재배치를 거부하고 잔류한 2500명도 영업 업무로 전환할 예정이라 KT의 네트워크 관리 인력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
발제를 맡은 박재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KT의 이번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구조조정"이라며 "네트워크 운영 관리 파트가 훼손되지 않도록 KT는 자회사를 신설해 재배치 인력을 3,800명 정도로 잡았는데 실제 전출 희망자들은 1700명 정도로 상당히 부족한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해당 인력이 과연 기존의 본사에서 5700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과연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구조조정 대상자들 중에서 희망퇴직이나 자회사 전출을 거부하고 본사로 남았던 인력이 한 2500명 정도인데 이 인력에 대해서 KT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대부분이 기술 인력인데 KT는 이들을 영업직 직군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영 파트의 인력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을 일방적으로 영업 직원으로 전환한다면서 이로 인한 (인력)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면서 "과연 이것이 국가기간망을 책임지는 KT의 올바른 경영 행태인지 문제 의식이 있다"고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KT가 2002년 민영화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영화 이후에 가장 큰 변화는 경영진 교체시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1998년 5만6000명이던 KT 직원이 2019년 2만3000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KT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단기적 수익을 노린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사측은 구조조정 당시에 고비용 절감과 주주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표현한다"면서 "결국 대규모 인건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만이 새로 들어온 경영진이 대주주와 정부에게 자신의 경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결국 국가 통신 산업을 대표하는 KT가 민영화 이후 주주를 대변하는 단기 수익에 매몰되는 경영 전략을 지난 20년간 지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KT는 구조조정의 이유로 경영 효율화를 이야기하지만 막대한 실적 중 대부분은 유무선 통신 사업 서비스에서 나온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의 주력 사업인 유무선 인프라에 대한 기술 투자 확대나 품질 서비스 향상, 숙련된 기술 인력을 유지하기보다 구조조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KT가 네트워크 관리에 AI(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AI 기술의 기본은 패턴을 잡아내는 건데 특히 기술 파트의 패턴은 숙련된 인력만이 제공해 줄 수 있다"면서 "숙련된 인력을 다 내보내고 나중에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건 AI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T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을 전환하는데에도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AI든 디지털화든 이것의 전제는 통신 서비스 네트워크의 고도화"라며 "그런 지점에서 통신사들은 오히려 다가오는 AI 시대에 전 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서 기술 투자를 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네트워크 관리 현장에서는 현재도 인력이 부족하다며, 자회사가 제대로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KT 제2노조인 KT새노조 김미영 위원장은 "제가 있는 부서에서는 지점별로 고장이 뜨면 공유하는 단체대화방이 있는데 단 하루도 고장 없이 출발한 적이 없고, 단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고장이 올라온다"면서 "저희가 지금 KT넷코어를 도와주지 않으면 정상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KT가 지난 2018년 아현화재 이후 네트워크 관리 인력 보충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인력 보충이 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1997년 이후에 현장 인력들은 신규 인력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2018년 아현화재 당시 황창규 회장이 인력 보강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원래 네트워크와 관련된 직군 1천여명의 직무를 전환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6년 동안 가르치고 해서 지금 네트워크 직무의 중심에 서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직무 전환 전에도 KT의 네트워크를 조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네트워크 업무를 혼자서 수행하는데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KT넷코어에는 이런 젊은 기술자들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평균 연령이 오히려 더 높아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KT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원들의 협박성 발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앞서 안창용 KT 부사장(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은 전출 대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굉장한 모멸감도 있고 자괴감도 있고,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압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용원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은 전적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의사로 남을지, 자회사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데 (KT가) 강요하고 있다. 자회사로 전적을 하지 않으면 온갖 불이익 받을 거라고 협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불이익을 암시하는 걸로는 성립되지 않겠지만, 이미 KT는 여러차례 온갖 괴롭힘이 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부사장의 발언은 해악의 고지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번 KT의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잔류한 직원들에 대한 조직적인 괴롭힘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과거 KT에서는 구조조정에 거부한 직원들에 대해 'CP(C-Player, 부진인력)프로그램'을 통해 오지 전출 등 각종 괴롭힘을 자행한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 공공연하게 직원들을 모아놓고 '모멸감을 느끼게 될 거다'라고 한 것은 괴롭힘을 수반한 노무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인권, 심리적 건강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시민단체와 국회가 함께 KT 인권 감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통신이 생활에 필수가 된 만큼 통신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통신정책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면서 "(통신사에 대해) 너무 무제한으로 풀어주고 있는데 통신정책에 대한 규제 정책을 만들어서 미래 기술 대응을 비롯해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대규모 구조조정, 통신 대란 우려…이용자만 피해 - 스페셜경제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KT가 네트워크 관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분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관리 인력 부족으로 과거 아현화재 사고와 같은 통신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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