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성·안전성 등 최고 성능 갖춘 ‘팔방미인’ 중국 요청으로 출시…주행 방향 알아서 척척
[스페셜경제=정수남 기자] 1906년 3월에 영국에서 발족한 초호화 세단 브랜드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고스트 SWB((Standard Wheel Base)의 운전대를 잡고 서울양양고속국도를 최근 달렸다. 고스트 SWB가 2011년 하반기 선보였는데, 이는 중국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번 시승이 서울양양고속국도 서울-춘천 구간에서 이뤄졌으며, 먼저 기자가 직접 고스트 SWB를 몰고 차에 대한 성능 등을 알아봤다. 이어 귀경길에는 한국 판매사인 롤스로이스 모터카스 관계자가 몰고 기자가 2열에 앉았다, 롤스로이스가 소파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소유자가 2열에 탑승하는 형태)인 점을 고려해 승차감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시승한 고스트 SWB가 고스트 EWB(장축 차량)와 기능과 성능 면에서 같지만, 전장만 5399㎜로 EWB보다 170㎜ 짧다.
모터카스의 서울 청담동 전시장에서 만난 고스트 SWB가 공차 중량만 2.5t이다. 압도적이다.
차에 오르자 천연 소가죽 좌석이 부드럽게 기자의 몸을 감싼다.
고스트 한대에 들어가는 소가죽이 모두 8마리의 분량이다. 롤스로이스는 이 분량의 소가죽을 드럼다이 방식으로 7일 동안 드럼세탁기에 돌려 최상의 부드러운 가죽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소가죽 특유의 비린 냄새가 제거되는 것은 덤이다.
스마트키로 시동을 걸고 운전대 우측에 3단 칼럼시프트 변속기 레버를 드라이브(D) 위치에 놓았다. 차량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정지 상태다. 클리핑 속도가 제로(0)라서다.
이를 차량 무게 때문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톤, 20톤이 넘는 덤프트럭도 클리핑이 있다.
이는 롤스로이스가 상위 0.01% 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계층이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한 부류이기 때문에 롤스로이스는 소파드리븐 카의 대명사다. 이에 따라 뒷좌석에 앉은 소유자의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이상 고스트 SWB가 앞으로 나가지 않게 했다.
번잡한 서울 올림픽대로를 버리고, 고속국도를 잡았다. 센터페시아에는 10인치가 넘는 대형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고 차량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단추가 조그셔틀 방식이다. 고급스럽다.
서울춘천 간 고속국도에도 차량이 많아 고스트 SWB가 좀체 치고 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서울양양고속국도에 회전 구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량이 뜸한 곳에서 가속했다. V12 트윈 터보 48밸브 엔진이 빠르게 응답하면서 시속 100㎞에 이어 200㎞에 다다른다.
고스트 SWB의 최고 속도가 시속 240㎞로 제한됐으며, 제로백(0km→100km)이 4.9초다. 이는 고스트 EWB의 5초보다 빠르다.
엔진의 빠른 응답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정숙하다. 롤스로이스가 왜 유령(고스트, 팬텀)이라는 차명을 고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롤스로이스가 차량의 조용함을 강조하기 위해 ‘소리 없이 왔다, 소리 없이 가는’ 유령을 차명에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회전 구간이 고스트 SWB의 핸들링을 경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스트는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전자 센서가 초당 1만2000번의 교신으로 네바퀴를 잡아주기 때문에 정교한 주행성능을 구현했다. 운전자가 자신이 운전대를 꺾는다는 느낌보다는 차량이 알아서 운전대를 조정해 회전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이유다.
20인치 알로이 휠에 실린 255㎜ 광폭타이어도 이 같은 주행안정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뒷밪침한다.
고스트 SWB의 차량 길이가 5m가 넘지만, 축간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운전이 쉽고 편도 2차선 도로에서도 한번에 유턴할 수 있다.
귀경길에 기자가 2열에 앉았다. 고속국도 대신 춘천-서울 국도를 탔다. 이곳이 평소 정체가 심하다.
가다 서기를 반복했지만, 2열 승차감이 “역시 롤스로이스구나”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비행기 일등석을 본뜬 2열의 편안함이 탁월해서다.
은색의 조그셔틀로 1열 등받이에 실인 모니터도 조작할 수 있다. 600W의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 갖춘 고스트 SWB에는 모두 10개의 앰프와 16개의 스피커가 있다. 고스트 SWB의 오디오 시스템이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음향과 음색을 시현했다.
고스트의 제동시스템이 능동적인 차체제어방식과 바퀴 잠김 방지장치 등 최첨단 사양이 실리면서 운전자와 2열 탑승자에게 제동에 따른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모터카스 관계자가 “롤스로이스가 소파드리븐 카지만, 주 5일제 근무 보편화로 주말에는 차량 소유자가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롤스로이스가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가 비스포크(Bespoke, 맞춤)로 차량을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차량 주문 이후 최소 4개월을 기다려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한편, 독일 BMW그룹이 2003년 롤스로이스를 인수했다. 올해 1~7월 롤스로이스가 한국에서 11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183대)보다 판매가 39.9% 줄었다.